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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마이크로글리아 폭주가 부르는 우울증‧조현병: 면역-뇌 축의 숨은 퍼즐

by techmedia 2025. 6. 18.

정신분석

마이크로글리아: ‘뇌 속 면역경찰’의 두 얼굴

마이크로글리아는 태생적으로 백혈구 계열과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세포다. 정상 상태에선 시냅스 가지치기, 노폐물 청소, 신경가소성 유지 등 ‘환경미화원’이자 ‘조율자’ 역할을 맡지만, 외상·바이러스·만성 스트레스가 겹치면 돌연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무차별 살포하는 공격수로 돌변한다.

과도한 활성은 시냅스 소실(과도한 가지치기)과 신경세포 사멸을 불러와 인지 저하·기억력 장애를 넘어 우울과 조현병 위험을 증폭시킨다. 2024년 『Frontiers in Cellular Neuroscience』 리뷰는 조현병에서 과활성화된 마이크로글리아가 글루타메이트 시냅스를 집중적으로 제거해 정신증 발현 임계값을 낮춘다고 보고했다.

 

우울증과 조현병: ‘염증 시그널’이 낳는 정서의 붕괴

혈중 인터루킨-6(IL-6)·인터루킨-1β(IL-1β) 농도가 높을수록 우울·불안·부정적 정동이 심해진다는 대규모 임상 메타 분석 결과가 6일 전 『Psychoneuroendocrin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증상 심각도와 염증 지표가 선형적으로 비례했다”는 결론과 함께 ‘면역표적 하위형 우울증’ 개념을 제시했다. 이와 유사하게, 국내 한국뇌연구원 팀이 지난달 발표한 동물-사람 통합 연구는 스트레스에 노출된 생쥐·사람 모두 미세아교세포 활성이 상승하고, 항염 약물을 투여하면 정서 장애가 완화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스트레스-면역-뇌 회로: 세 시스템의 위험한 대화

심리적 스트레스가 부신·교감신경을 통해 전신 염증을 촉발하면, 순환 사이토카인이 뇌혈관 장벽(BBB)을 교란하거나 뇌 림프 경로를 타고 직접 마이크로글리아 수용체(TLR4 등)를 자극한다. 그 결과 뇌 자체가 ‘위험 신호’를 떼쓰듯 과민한 염증 반응을 일으켜 뉴런-아교 세포 네트워크 전체가 기능적 단절 상태로 빠진다. 이러한 ‘뉴로-인플라마좀’의 악순환은 경험적 스트레스와 유전적 취약성이 교차하는 사춘기 또는 초기 성인기에 특히 취약하다.

 

치료 타깃으로 부상한 미세아교세포

4-1. 미노사이클린: 20년 된 항생제의 재발견

미노사이클린은 광범위 항생제이지만 미세아교세포의 NF-κB 경로를 억제한다. 2022년 JAMA-Network-Open 무작위 대조군(RCT)에서는 6주간 미노사이클린(200 mg/day) 보조 투여로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군의 우울척도(MADRS)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2024년에는 고지방식이(HFD)-모델 청소년 생쥐에서 미노사이클린이 불안·공격성·기억장애를 완화하며 마이크로글리아 수·형태를 정상화했다는 동물 연구도 나왔다.

4-2. CSF1R-저해제: 선택적 미세아교세포 ‘재부팅’

CSF1R는 마이크로글리아 생존에 필수인 수용체다. 블록버스터 후보 BLZ945, PLX5622 등 저해제를 투여해 일시적 ‘세포 제거→재생’ 과정을 유도하면, 과다 활성화된 구형(老化) 마이크로글리아를 건강한 신생 세대로 교체할 수 있다. 2025년 전임상 논문은 CSF1R 억제 후 감마 주파수 감각자극(40 Hz)을 병행할 때 알츠하이머 모델에서 시냅스 밀도와 학습능력이 가장 크게 회복된다고 보고했다. 다만 기전이 복잡하고 면역 공백 위험이 있어 환자 선별-용량 조절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4-3. ‘줄였다가 다시 채우기’ 전략의 성과

마이크로나노 해상도 이미징을 적용한 2024년 동물 연구는 CSF1R 저해로 95% 이상의 미세아교세포를 제거한 뒤, 2주 차부터 신생 세대가 자리잡으면서 기억력·정서행동 장애가 역전되었다고 발표했다. 이 결과는 “과활성 세포의 리셋”이 정신증 스펙트럼 전반에 응용될 여지를 시사한다.

 

생활습관·장-뇌-면역 축: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솔루션

마이크로글리아 활성은 장내 미생물군(Gut Microbiome)·식이(섬유, 폴리페놀)·운동(항염 마이오카인 분비)·사회적 유대(옥시토신-CNS 염증 억제) 등 다차원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옥스퍼드大 신경면역학자 몬티 라이먼은 “장의 균형이 무너지면 ‘제2 면역기관’이 과반응해 수개월 뒤 뇌 염증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프리바이오틱스·지중해식 식단을 12주 적용했을 때 우울증 점수가 30% 감소하고 혈중 CRP가 유의미하게 떨어졌다는 임상도 보고됐다.

 

미래 전망: 정밀 면역-정신의학의 시대

  • 바이오마커 정밀화: 혈액·뇌척수액 사이토카인, TSPO-PET 마이크로글리아 영상이 환자 하위군을 구분
  • AI-기반 예후 예측: 다중 오믹스(유전, 장내미생물, 사이토카인)-임상 데이터를 통합한 ‘면역형 우울증’ 예측 모델
  • 개인 맞춤 치료: 미세아교세포 조절제, 프로바이오틱스, 생활습관 프로그램을 병합한 하이브리드 처방

정신질환을 ‘뇌 화학 불균형’이라는 좁은 렌즈로만 설명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면역·신경·행동학이 관계망을 이루는 3각형 속에서, 마이크로글리아는 가장 역동적이며 조절 가능한 꼭짓점으로 부상했다. 결국 **“정신건강=면역건강”**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된 지금, 우리는 생활습관의 작은 변화부터 최첨단 세포치료까지 ‘다중조준’ 전략으로 마음의 난제를 풀어낼 수 있는 실마리를 얻고 있다.

2025.06.16 - [ITEM] - [정신분석] 마이크로글리아 폭주가 만드는 정신질환의 숨은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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